구강돌봄은 노인 전신건강의 필수요소이다.
정부는 돌봄통합지원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를 다하라!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한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이 법의 1조에 명시된 것처럼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돌봄통합지원법을 시행하고 통합돌봄의 시대를 열고자 하였다. 그러나 법안만 시행되었을 뿐, 재정도 인프라도 인력도 제도도 턱없이 미흡하여 이 정권이 돌봄에 진정으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불량한 구강위생은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져 조기 사망을 일으킬 수 있고, 저작과 삼킴을 비롯한 구강 기능의 저하는 구강 노쇠로 이어져 영양 저하를 유발하여 급격한 신체의 노쇠를 가져온다. 구강건강과 구강돌봄은 노인 전신건강의 필수적 요소이기에, 우리는 정부가 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돌봄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시민사회는 통합돌봄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 지역특화사업비 2,214억 원, 인건비 409억 원, 지역돌봄 인프라 구축비 3,824억 원 등 총 6,447억 원의 투자를 요구했으나 최종적인 정부 안은 1,558억 원에 그치고 말았다. 시민사회에서 요구한 6,447억 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재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턱없이 부족한 재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초과세수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공공의료 메가프로젝트나 돌봄 메가프로젝트가 더 시급하다. 공공의료든 돌봄이든 그간 정부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돈이 없고 부족해서 못하는 것처럼 이야기해 왔으나, 실제로는 돈이 생겨도 할 생각이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2027년 통합돌봄 사업비를 대폭 늘리고, 돌봄취약지역의 공급기반 확충을 위한 인프라 예산과 통합돌봄 전담인력을 확보할 인건비를 증액하라.
둘째, 방문구강진료와 방문구강관리의 적정한 수가가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수많은 노인·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방문구강진료와 방문구강관리를 받기를 원하고 있으며, 전신건강 유지에서 이러한 구강돌봄은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법 시행 6개월가량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문구강진료의 건강보험 수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나 체계가 미흡한 현실에서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돌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여건이라면 지속가능하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정수가 책정은 대단히 중요하다. 방문구강진료를 하려고 해도, 수가가 정해지지 않아서 무료봉사나 비급여 등의 기형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는 무책임한 상황은 하루빨리 종결되어야 한다.
참고로,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중증 장애인의 진료수가가 진료의 난이도 등이 고려되어 300% 가산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방문구강진료는 치과의사가 상당한 부피와 무게를 지닌 치과장비를 갖추고 환자가 있는 가정으로 방문해서 더 높은 의료사고와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며 고통스러운 자세로 진행해야 하는데,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중증 장애인 진료수가보다 낮은 수가라면 그렇지 않아도 참여 유도가 쉽지 않은 방문구강진료에 참여하는 치과의료인의 숫자는 우려스러운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중증 장애인 급여 진료비 300% 가산과 유사한 수준의 방문구강진료 수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구강돌봄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의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진행되는 방문구강진료나 방문구강관리는 수가의 문제나, 수요자들과의 효과적인 연계의 문제, 의과 재택의료와의 연계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으나 면밀하게 준비하면 점차 확대될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는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분들은 많은 분들이 한 번에 진료받거나 관리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방치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방문구강관리는 재가급여로 분류되어 있고, 요양시설에 있는 입소자들은 시설급여를 제공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재가급여와 시설급여의 중복 수급이 허용되지 않는 현재의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특성상, 방문구강진료나 방문구강관리를 받을 수 없다.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요양시설과 계약을 맺은 계약의사가 정기검진이나 진료를 하게 되어 있지만, 전국에 있는 수천 개의 요양시설에서 계약의사로 활동중인 치과의사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치과의사들이 계약의사로 활동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거나, 의과와 다른 치과의 특성을 고려한 예외적인 제도 개선안을 구축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요양시설은 치과의사 계약의사를 반드시 두게끔 강제하거나 치과위생사 고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숙의하고 제시해야 한다.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는 노인분들이 거의 아무런 구강돌봄도 받지 못해서 흡인성 폐렴이 유발되고, 전신 노쇠화가 급속해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 점점 늘어나면서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나 간호사들도 구강건강과 구강돌봄이 전신건강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치과에 대한 전문지식의 부족과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들은 틀니의 세척이나 양치질과 같은 기본적인 구강돌봄에도 대부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소한의 투자와 노력으로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건강과 수명과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구강돌봄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가능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9월 10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